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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뭐죠?" "아빠 차 바꿔주고, 엄마 용돈 드리고, 남동생 대학 보내려고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등 직장"이었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아버지를 뿌듯하게 만드는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었다. 만 열 여덟, 꽃다운 나이에 소녀는 그렇게 마스크를 쓰고 방진복을 입었다. 캠퍼스의 낭만도, 풋풋한 스무 살의 추억도 없이 밀폐된 작업장에서 각종 화학약품을 만지며 매일 실적에 매달렸다. 야근도 밥 먹듯이 했다. 그렇게 보낸 20개월, 돌아온 것은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딸이 철석같이 믿었던 ‘일등 직장’은 민낯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