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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불 난 세상에서 "고요한 밤" 부를 수 없어
- 구은모
- 조회 : 2413
- 등록일 : 2015-02-05
| 불 난 세상에서 ‘고요한 밤’ 부를 수 없어 | ||||
| [재조명되는 천주교 ②] 정의를 위해 거리로 나선 사제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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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이 열렸다. 시복식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나 생전에 덕행이 뛰어났던 교인들을 성인(聖人)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추대하는 의식이다. 최초의 한글교리서인 <주요교지>를 집필한 정약종(1760~1801) 등 124명이 이날 복자의 반열에 올랐다. 실학자 정약용의 셋째 형인 정약종은 신유박해(1801)의 광풍 속에서도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 만민평등을 당당히 외치다 참수됐다. 한국 천주교는 순교자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세상은 온갖 방식으로 신앙을 포기하거나 시대에 순응할 것을 요구했지만 순교자들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주저 없이 목숨을 버렸다. 교황은 시복식 강론을 통해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해 일하도록 영감(靈感)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말한 순교자들의 유산은 오늘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거리의 사제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억울한 이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8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미사’가 열렸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마련한 미사였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고법에서 받았던 정리해고 무효 판결로 희망에 부풀어 있던 해고노동자들은 터져 나오는 절망의 눈물을 주먹으로 닦아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 윤충렬(47) 부지회장은 자신들처럼 좌절하고 소외당한 이들과 함께 해 주는 사제단에 크나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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