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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페미니즘이 다시 필요한 이유
- 김평화
- 조회 : 2401
- 등록일 : 2016-06-12
| 페미니즘이 다시 필요한 이유 | ||||
| [마음을 흔든 책] 수전 J. 더글러스의 "배드 걸 굿 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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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 막바지의 평범한 여성이다. 지금까지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다. 대학 때 강의실에서 친구가 가져온 샘플 로션을 얻어 바를 정도였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나름대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내가 화장을 시작한 것은 대학원에 진학한 뒤부터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내 맨얼굴이 초라해 보였다. 무엇이든지 척척해내는 ‘커리어우먼’과 꾸미지 않은 수수한 모습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가꾸는 재능도 없고 게으르기까지 한 내가, 결국 27살 봄에 고소영이 광고하는 에어쿠션(파운데이션의 한 종류)에 입문하게 된다.
예쁜 여자가 성격도 좋다. 사랑을 많이 받아봤기 때문에 남들에게 관대하단다. 못생긴 여자는 사랑을 주고받지 못해서 늘 예민하고 까칠하다. 남자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이 먹은 여자가 화장을 하지 않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일찍 일어나 풀메이컵과 헤어 드라이를 해야 한다. 아, 아침에 대중교통 안에서 화장을 하는 건 더더욱 지양해야 한다. 신문사 부장이 즐겨 이용할 만한 지하철 같은 장소 말이다. (조선일보 칼럼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 참고) 화장도 않던 내가 실현 불가능한 고소영의 백옥 피부를 부러워하게 된 이유다. 교묘하게 평등을 가장한 ‘진화된 성차별’ <배드 걸 굿 걸>에서 미국 여성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수전 J. 더글러스는 여성에 대한 미디어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현대 미디어는 여성을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하는 능력 있고 강한 주체로 묘사한다. 여성은 언제나 날씬하고 예쁘고 아름다워야 여성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결실인 멋진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페미니즘의 부흥기인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여성’과 ‘여성성’이 여성에게 어떤 굴레를 생산해냈는지 낱낱이 분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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