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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신화적 기호, 역사의 뒤안길로
- 송승현
- 조회 : 2641
- 등록일 : 2017-03-12
| 신화적 기호, 역사의 뒤안길로 | ||||||
| [역사인문산책] 태극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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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을 앞둔 주말 아침. 귓전을 울리는 영롱하고 굵직한 소리에 단잠에서 깼다. “딩동댕동,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는 3월 1일은… 각 가정에 태극기를 반드시 게양해서 일제치하에서도 나라 사랑을 실천한 조상들의 정신… 이상 관리 사무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삼일절을 맞아 태극기를 달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이었다. 창고에 모셔놓았다가 국경일이면 기꺼이 내달아 놓던 태극기를 이번 삼일절에는 그냥 모셔뒀다. 광화문광장에서 휘날리던 태극기가 생각나서였다. 작년 12월 어느 토요일부터, 광화문 독서 모임 후에 들르던 서울광장 앞이 태극기를 든 어르신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잠시만 서 있어도 손발이 얼어붙는, 눈 덮인 서울 광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가 너무 거슬렸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살 수가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였다. 대한민국을 최상의 긍정으로 표현하는 노래와 태극기의 조합은 2016년 10월부터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태극기 집회에 모인 기성세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외쳤다. 야당과 검찰, 언론이 "야합・조작"으로 죄 없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공산 혁명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가 석 달이 넘게 지속하면서 삼일절에 태극기를 달지 않겠다는 여론조사 답변자가 42%나 됐다. 태극기가 적어도 최근 몇 달간은 부끄러움이 되어버린 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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