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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걷지만 멈춰 있고, 살아있지만 죽어있다

  • 곽호룡
  • 조회 : 2675
  • 등록일 : 2017-03-28
걷지만 멈춰 있고, 살아있지만 죽어있다
"원반 던지는 남자"와 "걸어가는 사람", 네 개의 단상 ④
2017년 03월 28일 (화) 17:10:48 고하늘 PD  gosky0729@naver.com

‘인간’이란 무엇인가. 기술문명이 발달한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종종 부딪히는 근원적 질문이다. <단비뉴스>의 PD들이 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람>과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 ‘인간’에 대한 단상을 적었다. 각기 다른 PD들의 재기 발랄한 글을 4편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미론 <원반 던지는 사람>(왼), 자코메티 <걸어가는 사람>(오). ⓒ flickr

① 우리는 살아있다 (이연주 PD)
② 왕년이란 향수 (안윤석 PD)
③ 못난이의 아름다움 (박경난 PD)
④ 걷지만 멈춰있고 (고하늘 PD)

   
▲ 고하늘 PD

“살아 있다고 다 살아 있는 게 아냐”. 누군가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 말은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가 되어 내 머리를 내리쳤다. 충격과 공포였다. 나는 당연하게 살아 있지만 그것은 당연한 게 아니다. 혹시 나는 죽어있는 걸까? 아니면 살아있는 걸까? 잠시 숨을 깊게 내쉬었다. 다행이다. 나는 살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누군가는 팽팽한 줄을 탄다. 다른 누군가는 언제 끊어질지 모를 썩은 줄을 탄다. 내 줄은 팽팽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걸 수도 있다. 나는 내 줄이 썩었는지 아닌지도 모른 체, 줄 위에 서 있다. 나는 오늘도 생각 없이 산다.

여태 삶과 죽음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삶이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공기마냥 당연하고 하찮았다. 자리를 박차고 거리로 나왔다. 밤이 깊었지만 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았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초점 잃은 눈빛, 축 처진 어깨, 힘없이 나풀거리는 팔과 다리, 볼품없이 야윈 몸뚱어리. 이상과 사고가 배제된 발걸음으로 거리는 조용하다 못해 살벌했다.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
admin 곽호룡   2017-03-28 19: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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