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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홍 기자 |
“싸워서 물리치자!” 깃발 든 사내들이 운동장을 뛴다. 사방에 흩뿌려진 잿빛 이물질 때문에 손에 든 깃발 색깔은커녕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 2015년 중국 산둥성의 한 대학. 스모그가 도시 전체를 덮친 날, 학생들은 혁명을 상징하는 빨간 깃발을 들고 구보에 나섰다. 혁명 대상은 사방을 휘감고 있는 미세먼지였다. 안 좋은 공기가 나라를 위협하고 있으니, 개개인이 조금씩이라도 마셔 없애자는 황당하고도 진지한 캠페인이었다. 학생들이 기꺼이 입을 벌리고 달리며 인체 공기정화기가 된 날, 머리 위로 솟은 굴뚝은 여전히 매연을 뿜어냈다.
‘UNUS PRO OMNIBUS, OMNES PRO UNO’ 영화 <트루먼 쇼>에 등장하는 라틴어 격언으로, 직역하면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다. 영화를 봤지만 스치듯 지나간 이 문장을 알아채지 못한 사람이라면 뜻을 듣고 놀랐을 것이다. 영화에서 ‘트루먼 버뱅크’라는 한 개인의 탄생, 성장, 사랑, 고민 등 일상생활을 전 세계 시청자들이 24시간 라이브로 본다. ‘하나’에 시청자 전체를 위하여 일생을 산 셈인 트루먼을, ‘전체’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트루먼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시청자들을 대입시키면 딱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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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 등 뒤로 "UNUS PRO OMNIBUS, OMNES PRO UNO(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문구가 펼쳐져 있다. ⓒ 영화 <트루먼 쇼> 갈무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