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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세 청년의 ‘운’에 관한 이야기
- 박진홍
- 조회 : 3388
- 등록일 : 2017-07-12
| 세 청년의 ‘운’에 관한 이야기 | ||||||
| [제언의 편지] ③ 청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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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저는 서른 살 취업준비생 박진홍입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다 올해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 전에는 대학교 계약직 행정직원으로 2년간 일했습니다. 월급은 170만원, 세금 떼면 156만원을 받았습니다. 계약직이라는 단어와 급여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연애와 술자리 친목 도모, 새 옷 사기와 맛있는 음식 먹기를 포기하니 생활비를 다 쓰고도 한 달에 50만 원 정도는 저금할 수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부모님이나 은행에 손 안 벌리고 일 년 치 대학원 학비까지 마련했으니, 시한부 비정규직 직장이라도 일을 할 수 있었던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았습니다. 제 동갑내기 대학 동기 혁진이는 운이 나빴습니다. 그는 법학과 생활 내내 성실했습니다. 저와는 달리 술집 대신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고, 성적우수 장학금도 2번 빼고 매 학기 받았습니다. 그랬던 혁진이가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씩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옵니다. 그는 법무사가 되겠다며 졸업 후에도 4년이나 더 법을 공부했지만, 시험에서 계속 떨어졌습니다. 학원비, 책값, 생활비에 쓴 빚을 갚기 위해 중소기업 사무직부터 공익재단 인턴, 법률사무소 사무보조 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워크넷’을 통해 지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요즘 최저시급도 안 되는 시급 6,000원을 받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 학부 내내 성실했고 성적도 좋았지만, 한 번 경쟁에서 낙오한 청년 혁진을 받아준 곳은 편의점밖에 없었다. ⓒ fli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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