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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압구정 현대백화점 쇼윈도우 앞에서

  • 박수지
  • 조회 : 5758
  • 등록일 : 2017-10-06
압구정 현대백화점 쇼윈도우 앞에서
[글케치북] 도심 속 공동묘지
2017년 10월 06일 (금) 20:41:17 남지현 기자  njihyun0116@gmail.com
   
▲ 남지현 기자

올 여름 누굴 만나러 광주에 갈 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기차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어찌 보낼까 궁리하다 5∙18국립묘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국립묘지는 예상 밖으로 발랄한 분위기였다. 노란 옷을 입고 유치원 생들이 견학을 온 모양이었다. 구수한 향내를 뒤로 하고 유골이 안치된 묘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8월 뙤약 볕에 숨이 막혀왔다. 걸음걸음마다 방아깨비가 놀라 도망을 쳤다. 너무 많아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묘비가 서글펐다. 진한 풀 냄새에 코 끝이 찡해졌다. 한 봉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2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의 사진이 명패에 붙은 무덤. 짧고 아픈 생이 마음에 남았다.

얼굴 없는 마네킹에 입혀진 검갈색 모피며 빨간 구두, 보라 빛 타조가죽 핸드백을 보고 있자니 그때 생각이 난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백색 건물이 비석 같다. 자본주의가 살해한 라쿤, 북극여우, 밍크, 송아지, 악어의 공동묘지가 압구정 한복판에 있다. 군화 발에 짓밟혀 스러져간 이들을 그리워하듯 말 못하는 생명들의 고통스러웠을 죽음에 마음이 아려온다. 고작 3천원에 팔릴 털가죽을 위해 덫에 발이 끼어 굶어 죽었을 여우와, 부드러운 겨울 외투 장식이 되기 위해 세상에 나와 눈 뜬 순간부터 좁은 우리에 갇혀 살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라쿤과, 구두로 쓸 가죽을 얻기 위해 태어난 지 3개월만에 어미에게서 떼어져 눈 앞에서 다른 송아지들 목이 잘리는 걸 보며 공포에 떨다가 자신도 그들처럼 죽어간 송아지들을 떠올린다. 오돌토돌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산채로 전기 톱에 목이 잘려간 타조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
naver 수지   2017-10-06 2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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