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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그 남자 발가락의 속사정
- 김* 기
- 조회 : 3933
- 등록일 : 2015-03-20
어제(3.19) 저녁 세저리민 모두의 식욕을 돋운 사회교양특강에서 말 못할 괴로움으로 고생하는 학우가 있어 화제입니다.

여느 강의 때와 같이 이 아무개(28)씨는 학구열에 불타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싸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2층 강의실이었지만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급진적인 자세에 눈길을 두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자에 앉을 때는 궁둥이(볼기의 아랫 부분을 말하며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이다.)를 의자에 붙입니다. 이에 반해 그는 꼬리뼈(미추라고 하며 엉치뼈 아래 달려있는 척추의 마지막 부분으로 꼬리가 퇴화한 흔적이다.)를 기점으로 반경 10cm 이내만을 의자에 밀착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자세는 척주기립근(척주세움근이라고도 하며 가시근, 가장긴근, 엉덩갈비근을 합쳐 이른다.)이 신전(늘어난)신전시켜 요추 통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의자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 아무개씨와 달리 박 아무개(29)씨는 올바른 의자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흉추를 구부린 자세와 경추가 전진한 모습에서 거북목과 어깨근육의 긴장이 우려되지만 허리 건강은 지킬 수 있는 자세입니다. 사실 제가 이아무개의 관찰을 지속하게 된 것은 자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좌) 오른쪽 양말을 벗기 시작했다. (우) 양말의 탄성 임계치를 시험해보는 듯 하다.
무릎을 꿇거나 의자 끝에 매달려 강의를 듣던 그가 의자를 고쳐 앉은 것은 "3권 분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다" 라는 내용이 나올 때 즈음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앉은 정 아무개(29)씨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턱을 치켜 들고 양말과의 씨름에 돌입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양말을 발가락의 촉각에만 의지에 벗고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알 수 없는 양말은 주인의 심정을 나 몰라라 하는 듯 신축성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우측 사진에서는 두 발에 집중하기 위해 손에 꼭 쥐고 있던 펜도 내려 놓았습니다.

(좌) 임계치에 다다른 양말이 아킬레스건을 지나 내려가고 있다. (우) 시원스레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되었다.
양말과 벌인 악전고투는 2~3분여 간 이어졌습니다. 좌측 사진 발목에 돋은 핏줄은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아킬레우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양말을 벗고 홀가분해진 그는 슬리퍼조차 벗은 채 맨발로 수업에 집중했습니다.
(※ 참고로 실리콘밸리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알려진 구석기다이어트 방법 중 맨발 걷기가 있습니다. 맨발걷기를 위한 신발로는 발가락 양말처럼 생긴 비브람 파이브핑거스도 있습니다.)
이 아무개씨는 수업 중에 적극적인 태도로 세저리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왜 수업 중에 양말을 벗어야 했는 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짐작을 해보자면 발에 땀이 찼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아마 폴리에스테르 성분이 많은 양말을 신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수분의 흡수 배출이 좋은 면이나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양말을 추천합니다. 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 되면 곰팡이균이 번식, 무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저리 편집장의 건강을 기원하며 세저리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