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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암행어사 출도요~(부제:총장님 방문)
- 전* *
- 조회 : 4003
- 등록일 : 2016-06-14
14일 오후 9시 30분. 야심한 시각, 세저리에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 3명이 나타나는데...

힘 센 장정들을 불러오는 대신 관대하게도 치킨 8마리를 들고 오셨답니다.
과제와 시험 준비로 찌들어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바뀌었어요.

(먹는데 바빠서 치킨 사진은 이것뿐이네요)
평소 학생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한 달 전 학교 축제에서는 직접 요리를 하며 학생들과 축제를 즐기셨죠.
다만 어제는 폭정을 감시하던 조선시대 암행어사처럼 예리한 질문을 던지셨는데요.
학생들과 봉쌤 모두 쩔쩔 맸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 때문이죠.

“왜 봉쌤이 령도자인가요?”
“강력한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지도해 세저리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혜미)
“카다피도 강력한 카리스마는 있었지요.”
“령도자는 친족 사회에서 주로 쓰이는 말인 것 같은데, 세저리는 친족 사회처럼 끈끈하고, 그 안에서 제일 존경을 받는 봉쌤이 지도자로 선출된 겁니다.” (두현)
“여기에는 언론 자유가 없군요.”

그 뒤부터는 세저리에서 언론 자유가 싹트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수업을 일곱 시간이나 하시는데, 너무해요. 저희는 숨이 막히는데 그래도 안 멈추시고...”
“과제가 너무 많아서 의림지를 한 번도 못갔어요.”
“집에도 한 번도 안(못) 갔습니다.”


한바탕 성토대회가 끝나고. 총장님은 왜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 어떤 언론인이 좋은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는지를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PD는 지장보살이라는 현지 언니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보살들은 비단 옷을 입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지장보살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지옥을 벗어날 때까지 같이 자기도 지옥에 있어주는 보살이에요.”
저는 동의해요. 저는 제가 지옥으로 가는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거든요...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을 설계하죠. 기자는 그런 공무원들이 어떻게 정책을 짤지 방향을 정해주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공직자보다 언론인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세저리에서 잘 배우고 좋은 언론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까지 남기고
총장님은 한 시간 만에 떠나셨습니다.
(치킨과 함께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