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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내일을 위한 스파이크 '예고편'과 We Will Rock You
- 4* *
- 조회 : 8386
- 등록일 : 2017-12-08
'내일을 위한 스파이크'를 한창 제작 중일 단비뉴스! 얼마 전 준수 씨가 공유한 예고편을 보고 저도 꼭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포츠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힘찬 퀸의 음악과 어울리는 발랄한 글씨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이란 영화(원 제목은 Two Days, One Night)가 있었는데, 우승컵을 향해 노력하는 배구부 이야기에도 제목이 참 잘 어울리더라고요. 12월 13일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한창 즐기다가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단비뉴스에서는 퀸의 We Will Rock You는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저는 최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릴 영상 몇 편을 제작하면서 저작권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무료’라고 쓰인 괜찮은 음악이 곳곳에 많은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내야 유튜브나 페이스북 혹은 Vimeo 같은 SNS (social media)에 영상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분가량 연주곡 기준으로 30달러 가량을 지불했고, 저작권자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을 공유한 준수 씨에게 문의했어요. 어떻게 저작권을 해결하셨는지! 좋은 음악을사용할 수 있는 방법있다면, 저도 사용하고 싶었거든요. 준수 씨는 놀랍게도 KBS에서 저작권료를 내준다(대납)고 하더라고요. KBS에서 그래도 참여자들에게 많은 지원을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12월 7일 오늘 다시 이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We Will Rock You가 예고편 BGM으로 쓰인 이 영상에는 많은 댓글도 달려 있었습니다. “잘 생겼어요, 오빠!” “OO아, 인생은 뭐다? 배구 선수다!” 음, 또 궁금했습니다. 단비뉴스는 예고편에 쓰는 음원의 저작권문제를 KBS를 통해 해결하고, 이미 창작자에게도 지불을 한 걸까요? 아니면 12월 13일 본 방송이 나올 때까지 이 예고편은 12월 1일부터 계속 페이스북에 올려둘 예정인 걸까요?
영상 제작 과정에서 음악을 넣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내일을 위한 스파이크’ 예고편 제작자는 어디선가 음악 파일을 구해 (buy) 영상 편집 프로그램 Audio 칸에 넣고 영상 시작부터 영상이 끝나는 38초만큼을 잘라 (cut) 넣었을 겁니다. 실제 2분가량인 이 곡 뒷부분의 기타 연주는 영상 길에 맞게 삭제해야 (delete) 했을 거고요. 이후엔 볼륨을 적당히 조절한 뒤 인코딩 및 내보내기 (export) 해서 새로운 한 편의 제작물을 완성했을 겁니다.
여기서 잠깐, 1977년에 나온 We Will Rock You는 다른 버전도 많습니다. 제작자는 영상에 쓰일 노래를 어떻게 선택했을까요? 먼저, 이 곡 들어 있는 어떤 앨범의 것을 사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곡을 포함한 싱글 앨범이 77가지나 된다고 하네요.
참고: EMI 를 통해 전세계에서 발행된 음반 목록. (https://www.discogs.com/master/view/6649 )
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빠른(Fast) 버전 We Will Rock You도 공개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 https://www.youtube.com/watch?v=Ekm6WtKwQos ) ‘내일을 위한 스파이크’에 어울리는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살리기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버전이 역시 낳은 것 같지요? 그렇다면 제작자는 퀸의 음악 가운데 특정 연도에 녹음하고 음반으로 나온 We Will Rock You를 고민 끝에 생각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새는 온라인 스토어가 인기니까 이 곡을 어디선가 다운로드 할 수도 있습니다. 다운로드했다면 1977년 원곡일지, 2009년 리마스터 버전일지, 2011년 베스트 앨범용 리마스터 버전일 지도 궁금하네요. 퀸 음반을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Queen Official Site’ 에 먼저 들어가보니 디지털 파일을 판매하지는 않는 듯 하더라고요. 네이버에 들어가보니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나옵니다.
[KOREA Only 해당 서비스는 한국 내에서만 이용 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음원 권리자의 요청에 의해 네이버 뮤직의 음악 감상, MP3 다운로드, 일부 뮤직비디오 감상 서비스는 한국에서만 제공됩니다.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용이 불가하오니 이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제가 세저리 동료들과 저작권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 공들여 만든 제작물이 아주 작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방송에 사용되는 음악과 관련해 2015년 연말에 꽤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유령 작곡가’ 라고 들어보셨죠?
한 작곡가가 방송용 음악 700여 곡을 만들어 5년 동안 2천만 원을 벌었습니다. 액수도 문제지만 이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이 쓰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름을 볼 수 없었습니다. 작곡가가 소속된 회사 대표가 회사 혹은 자신의 이름으로 늘 계약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응답하라 1994, 프로듀사와 같은 유명 작품들에 음악을 공금해온 ‘로이 엔터테이먼트’라는 회사였습니다. KBS, tvN, JTBC 등에서 이 회사로부터 음악을 사서 사용해왔습니다.
사실 음악 저작권료 그 길이나 사용 횟수, 제작비 등을 고려해야 하니 단순히 700여 곡을 만들어 2천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갖고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로이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한조이라는 사람은 회사 소속 작곡가들에겐 적은 돈을 주고, 방송사와는 덤핑하듯 싼 값에 계약을 맺어 계속 이 같은 ‘독점 공급’을 계속 이어왔던 겁니다. 손아람 소설가가예술인유니온, 민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 소송도 진행했습니다. 소송까지 갈 필요가 있었냐고요? 로이 소속 ‘유령작곡가’들은 대응 모임을 만들어 가로챈 음원수익을 창작자들에게 돌려달라며 회사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로이라는 회사가 ‘소송’을 통해 저작권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참고1) [문화공방] (26) 유령 작곡가 김인영 / 강태규 음악평론가 칼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302363&code=11171400
참고2) “칼럼을 쓰니 유령작곡가들이 잘려 나갔다:” / 손아람 인터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27198#
단순한 문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방송사에서 일하다보니, 여러 한국 언론사에서 저작권 문제에 얼마나 무감각한지 알겠더라고요. 단비뉴스에서 취재하고 제작한 기사, 영상, 제작물을 어디선가 무단 도용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아둘 필요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세저리에서 먼저 이 같은 이슈에 조금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쉽진 않습니다. 사실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누군가의 제작물은 (이를 테면 수업 시간에 영화 틀기) 종종 저작권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경우가 있거든요. 단비뉴스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채널이니 ‘교육적 목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엄연한 법인이 된 만큼 한번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세명대에는 마침 저작권 전문가 김기태 교수도 있으니 한번 문의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고요.
‘내일을 위한 스파이크’ 완성을 응원하면서, 다른 세저리민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