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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리민편집인의 눈] 단비 간부진, 한밤의 예송논쟁

  • 박* 홍
  • 조회 : 5539
  • 등록일 : 2018-03-27
리민편집인.png ( 61 kb)

*** 4기 이지현 선배(제1대 리민편집인) 이후 명맥이 끊긴 리민편집인이 6년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리민편집인의 눈'은 욕망과 나태함에 물든 세저리민들을 감시하고, <단비뉴스>가 나아갈 방향을 독자들과 함께 모색해보는 옴부즈맨 지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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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민편집인의 눈] 단비 간부진, 한밤의 예송논쟁


언쟁 끝 가위바위보 '진풍경'

간부진, 발제 형식보다 내실에 신경써야


개는 왜 달리는 자동차 앞으로만 뛰어들까? 운전자들은 항상 로드킬을 저지를까 걱정하며 유심히 앞을 살핀다. 그래서 그렇다. 긴장한 운전자가 앞만 보니 개 고양이 닭은 항상 앞에서만 뛰어든다. 사실은 옆이나 뒤로도 지나다니는데. 앞만 보는 운전자들은 알아챌 수 없다. 


언론 감시는 그래서 중요하다. 언론인들은 항상 남의 이야기는 집중해 듣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이 잘못한 일은 똑바로 보지 못한다. 미디어 비평은 워치독의 워치독이다. 그렇다면 <단비뉴스>를 만드는 우리는 그동안 어땠는가? 항상 <단비>는 가디언 BBC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기사는 뜸하지만 퀄리티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자부하지만, 그것이 자신인지 자만인지 아무도 분석해주지 않았다. <단비>를 감시할 (세저)리민편집인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26일 밤 8시. 임형준 편집국장 이하 단비 간부진이 10기 기수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단비서재와 강의실, 글감옥까지 모두 이용중이라 회의 공간이 없다며 내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기수방 점거에 당황했지만, 이참에 회의에 참관하며 간부진을 감시하기로 했다. 재야에서 권력을 향한 칼끝을 날카롭게 갈고 있던 필자 입장에서는 호박이 제 발로 굴러들어온 격이었다. 


10기 기수방에서 간부 자기들 멋대로 펼친 제3차 간부회의. © 박진홍


백미는 단비뉴스 편집회의 방식 논의였다. 지난주 편집회의 시간에 선생님들이 제안한 '치열한 아이디어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한 안건이었다. "부장이 일괄 아이템을 수집, 발표하는 기존 체제를 발제한 사람이 앞에 나와서 설명하도록 바꾸는 게 어떤가?"하는 다수 의견이 나오자, 김미나 지역농촌부장은 "부담스러워서 발제 아무도 안 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자 안윤석 미디어콘텐츠부장은 "소원수리함처럼 익명으로 아이템을 쪽지에 적어 넣게 하자"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회의방식 논의는 갑자기 발표 방법 논의로 흘러갔다. 누군가 "기존대로 부장이 나가자"는 의견을 내자, "꼭 앞에 나갈 필요가 있는가? 제자리에 서서 하자"며 목소리 높였다. 그러자 또 다른 간부는 "서양식으로 아예 앉아서 하자"고 주장했다. 회의시간은 계속 길어졌다. 예송논쟁 그 자체였다. 참다 못한 이창우 국제부장이 "앉고 서는 게 본질이 아니다"라며 일갈했다. 


▲일갈하는 이창우 국제부장. © 박진홍


본질은 아이템 토론 활성화다. 운전석 앞만 보는 누군가가 스스로 신선하다는 착각에 빠져 아이템을 내면, 구성원들이 그 아이템을 씹고 뜯고 맛보면서 즐겨야 언론사는 활기를 찾고 좋은 기사가 나온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언론사에서는 전체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 발제를 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정말 치열하다"며 "소위 까이기도 하고, 심한말이 오가기도 하는데 실습매체인 <단비> 구성원들은 미리 여기서 그런 연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앉으나 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어서 행사 기사 담당을 어떻게 정할 건지도 논의했다. 간부들은 각종 교내외 행사나 세미나 기사를 몇몇 특정 부서들만 열심히 쓰고, 나머지 부서는 나몰라라하는 실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리민편집인 밥그릇 뺏는 바람직한 자아비판이었다. 그러나 임 편집국장이 민송백일장 담당을 어느 부서가 할 것인지 묻자 분위기가 싸늘해지더니, 급기야 가위바위보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 가위바위보 첫판에 패배한 김미나 지농부장. © 박진홍


가위바위보는 중국 등 동양 문화권 술자리에서 행해졌던 '충권'이 기원이다. 술도 없이 술게임을 한 간부진 심정은 이해한다. 1시간 넘게 달린 마라톤 회의에 지쳐 술 생각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복불복 상황에서 항상 술게임이 기원인 가위바위보만 해서는 안 된다. 다음번에는 함수 원리가 깃든 사다리타기, 확률과 통계를 반영한 제비뽑기 등 과학적인 방법을 다양하게 쓸 것을 제안한다.


 

박진홍 독서인 / 제2대 리민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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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0
naver 애플   2018-03-27 11:22:12
정말.. 대애애단한... 기사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오늘 술을 마신다구요?
naver 조은비   2018-03-27 11:27:4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민이 홧팅 !
naver 아정   2018-03-27 11:31:24
리민편집인의 날카로운 시각에 감탄하고 반성합니다
naver feyenoo****   2018-03-27 11:36:11
리민편집인이 뭔가 했는데... 이야.. 세저리 옴부즈맨은 뭔가 다르네요. 앞으로도 재야에서 권력을 향해 칼날을 세워주세요ㅋㅋㅋ
naver dmsghk****   2018-03-27 11:41:16
패배해서 처음으로 댓글단다!! 에잇.... 가위바위보는 주먹이 진리라 생각했는데.. 하ㅎㅎㅎ 아직 우리 지농부는 이사태를 모른다ㅎㅎㅎ
naver 손준수   2018-03-27 16:09:36
글감이 우수수 떨어지는 좋은 글입니다. 리민편집인님의 필력에 감탄하여, 필사를 저절로 하고 싶은 글이군요~
naver wordia****   2018-03-27 17:26:08
리민 편집인의 날카로운 시선이 깃든 글에 모든 간부진이 탄복하고 있습니다. 활발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naver 이자영   2018-03-28 00:09:13
ㅎㅎㅎㅎㅎ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google Jonghoon Yoon   2018-04-04 19:52:45
눈이 매력적이네요.
naver 조현아   2018-04-07 01:32:00
재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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