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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옥천에서 보내는 편지

  • 윤* 훈
  • 조회 : 6182
  • 등록일 : 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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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졸업하고 나서 오랜만에 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보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부쩍 날씨가 추워졌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2018년에 세저리에 입학해서 올해 초에 졸업한 윤종훈이라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교수님들의 가르침, 학우들과 나눴던 소소한 즐거움, 나름 행복했던 제천 생활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가버렸네요. 좋은 추억도 있었고, 또 언시 기간이 길어지면서 찾아온 초조함이 저를 힘들게 한 적도 있었지요. 이렇게 세저리이야기를 쓴 이유는요.


제가 6월 중순부터 <옥천신문> 인턴기자로 들어가서 지금도 충북 옥천에서 생활하고 있거든요. 벌써 5개월 가까이 됐는데요. 학교 다닐 때 <단비뉴스> 활동을 하며 열심히 취재했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며 취재했던 경험은 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세저리이야기를 읽는 여러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염치라고 해야 할까요? 누가 글로 써서 내라고 시키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데 있어서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경험을 공유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교수님 추천을 받고 지역신문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옥천신문>에 들어갈 때만 해도 저는 반신반의했어요. 어떤 인맥도, 지역 기반도 없는데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죠. 5만명 남짓한 인구가 사는 지역이라면 한, 두 다리만 건너도 알 수 있는 사이잖아요. 저처럼 수도권 생활만 30년 가까이 한 깍쟁이(?)가 이곳 생활을 잘 해나갈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와서 참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타지 옥천에 와서 주로 소상공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시간을 쓰고 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옥천신문>은 ‘지역의 공공성을 지키는 풀뿌리 언론’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옥천에 사는 모든 주민들의 이야기가 뉴스’라는 관점으로 취재를 계속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만난 사람만 해도 족히 100명은 넘을 거예요. 계산해보면 하루에 한 명씩은 꼬박꼬박 만났다고 봐야겠죠.


모르는 사람에게 매일 매일 말 걸고 이야기를 듣는 생활을 한번 상상해보셨나요?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기자라는 직업이 특별한 사람들만 만나고, 뭔가 특이한 이야기만 선별해서 전달하는 직업으로 이해했거든요. 이런 생각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어요. 제가 만나봤던 분들은 지극히 평범했어요. 옥천이 고향이 아닌데 지인 소개로 옥천에 놀러 왔다가 계속 눌러앉으신 분도 있고요. 어떤 분은 옥천에 계속 살면서 몇십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장사를 이어가는 분도 계셨어요. 사람 사는 게 비슷비슷하지만 각기 사연도 다르고, 사람마다 개성이나 다양성이 살아있음을 옥천에 와서 느끼고 있어요.


지역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아주 가깝게 보여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살았던 분들은 알 거예요. 지하철이나 버스만 타도 사람들이 많잖아요. 여러분들에게 궁금한 게, 거리에 스쳐 지나가다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 관심이 잘 가시나요? 저는 너무 사람이 많으니까 우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감염 위험 때문에 더 그렇잖아요. 근데 지역에서 살아보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지는 거예요. 물론 제가 신문사 활동을 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옥천은 참고로 5일장이라는 게 있어요. 장날이 열리는 시기에 읍내 한 바퀴를 돌다 보면 이야기가 막 들려요. 사람들의 속살이라고 할까요? 현미경 들여다보듯 자세히 들리는 게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요즘 언론에 관한 불신이 많잖아요. 그렇다면 언론이 다 사라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잠깐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충북 옥천에 <옥천신문>이라는 지역 언론이 만약 없었을 때를 상상해봤어요. 무슨 일이 생길까, 없어도 상관없지는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참고로 옥천에는 ‘지용제’라고 해서 옥천 출신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각종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한다’ ‘온라인으로 한다’ 말이 많잖아요. 지용제도 마찬가지로 군의회에서 온라인으로 할지, 오프라인으로 할지 논의가 이뤄졌죠.


그런데요. 며칠 전 지용제를 지자체 예산 1억2천만원을 써서 KBS 열린음악회 방송으로 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군에서 지역 예산으로 1억원 넘게 쓴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액수거든요. 얼마 전 <옥천신문>이 지면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담당 군 부서에서 열린음악회를 통해 행사를 여는 걸 취소한다고 발표했어요. 대개 중앙방송사들이 지역 축제를 홍보해준다고 지방 예산을 긁어오는 일이 잦은데 이걸 막아줬어요. 이런 일은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신문은 사양산업이다’ ‘언론은 죽었다’ 말이 많지만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건 신문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옥천신문>에는 매주 지역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취재기자가 10명 정도 되는데요, 제보나 민원이 수시로 오니까 일손이 늘 부족해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부나 기관, 주민들의 이야기를 공정하게 들으려고 노력하고요. 로컬푸드, 작은학교, 청소년 기본소득 등 의제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얼마 전 국가 보물로 승격된 ‘이지당’ 등 옥천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계속 발굴하고 있고요. 


제가 보고 느꼈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지역 언론에 관한 관심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5개월 남짓 살아서 옥천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저는 옥천 생활 만족하고 있고요. <옥천신문>에서 같이 일하는 구성원분들 덕분에 취재나 기사 쓰기를 즐겁게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옥천에서 기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세저리 수업을 통해 배웠던 언론인이 알아야 할 배경지식이나 취재윤리, 그리고 <단비뉴스>의 실무경험이 크다는 걸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옥천신문>에 관심이 생긴 분들이 있을까요? 방학 때 한 달 정도 신문사 체험하러 오셔요. 토익 점수 따랴, 자격증 따랴, 바쁘겠지만 옥천에 와서 지역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나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꽤 괜찮은 경험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타 대학교나 서울시 청년허브를 통해서 <옥천신문>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제 번호 남겨두겠습니다. 010-2619-2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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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9
naver dlawld****   2020-11-23 05:32:26
형 ㅋㅋ 저 옥천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같은 천인데 제천은 어떠십니까. 제천에서 옥천신문과 겨룰만한 지역 언론 만들어 봅시다 제발! 010 8768 1628 연락주세요~~~~~~(따라하기)
naver -   2020-11-24 10:46:33
옥천이라는 곳, 참 좋아보이네요!
naver -   2020-11-24 16:51:13
사람들이 가깝게 보인다는 말이 참 좋네요. 매주 금요일 나오는 옥천신문을 가끔 보는데 '이런 이야기까지 신문에 나오다니!'하고 놀란 적이 많아요(좋은 의미로요!) 지역언론으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거, 의미 있는 데다 재미까지 있어보여요. 선배님과 옥천신문 모두 응원합니다!
naver 조한주   2020-11-24 21:43:13
많아서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만나고 싶어지는 존재가 사람이 된다니.. 좀 감동적이네요 ㅎㅎ 저는 2020년에 들어와서 선배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쓰신 글만 봐도 좋네요. 괜히 제가 뿌듯해지기도 하고.... 선배님 옥천신문 모두 응원합니다!!
google Jonghoon Yoon   2020-11-27 03:37:31
@dlawld**** 그려요. 함 연락주셔요. 제천에는 단비뉴스라는 든든한 매체가 있으니 저는 옥천에 남아있어도 괜찮겠죠? ^^
google Jonghoon Yoon   2020-11-27 03:50:31
@- 와보시면 옥천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거예요. 제가 마주쳤던 주민들 대부분은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어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google Jonghoon Yoon   2020-11-27 04:07:09
@-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힘이 절로 나네요. 옥천 소식을 가끔 찾아보시나봐요~ 다른 매체에서 나온 기사들과 조금 차이가 있죠? 지역 안에 꿈틀대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지역 주민들 간의 유대감도 높여주는 것 같아요.
google Jonghoon Yoon   2020-11-27 04:15:28
@조한주 아유~ 반갑습니다. 아직 감동적으로 글을 쓰는 재주는 없는 줄 알았는데...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성장했나봐요 ㅋㅋ 저 또한 후배님과 단비뉴스를 격하게(!) 응원합니다.
naver -   2023-09-09 23:49:16
윤종훈 선배님은 사회적 기업 '우리동네'에서 만드는 오크(Oak)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래 미디어오늘을 보면 옥천신문은 법인을 여럿 많들어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오크는 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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