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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코시국 개강!?’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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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4319
- 등록일 : 2021-03-07
코로나 시대, 학교를 가지 않는 게 더 익숙해졌다.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입학한 20학번 대학생들은 ‘미개봉 중고’ 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였다. 2021년,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전염병 대유행이라는 시한 폭탄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입학식 전날부터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이 있다.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하 세저리)’ 의 신입생들이다.
“학생은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어딜 가?” / “학교요. 내일부터 개강이라서.” / “아직 코로나 때문에 난리인데 학교를 가도 돼?” 3월 1일 저녁, 오산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과 나눈 대화였다. 큰 짐가방을 들고는 오다니기 제법 어려운 날씨, 오산역에서 제천역 가는 기차는 하루에 무궁화호 딱 1대다. 6시 43분에 제천행 기차는 오산역에서 출발했다. 차창 너머로 빗금을 긋던 물방울은 제천시를 향할수록 눈발로 바뀌었다.
제천역은 과거 강원도와 제천·단양에서 채굴된 광물이 운반되던 철도운송 요충지였다. 중부 내륙 곳곳을 잇는 중앙선·충북선, 태백·영동선도 제천역을 거친다. 그러나 밤 9시 넘어 도착한 제천역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충북 제천시는 약 13만여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도시다.(2021년 1월 주민등록 기준) 동서울터미널에서는 캠퍼스 안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세명대학교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 서울이 25개의 구를 가진 큰 도시임을 감안한다면, 출발지에 따라 이동 시간이 족히 3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서울 외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산역에서 제천역까지는 약 2시간 반, 제천역에서 세명대학교까지는 버스로 30분이 걸린다.‘순공량(순수하게 공부한 양)’을 위해서는 기숙사에서 숙식하는 게 최선이다. 세저리 신입생들이 궂은 날씨를 견뎌 일찍 등교한 이유다.
세저리는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석사과정을 제공하는 ‘저널리즘 스쿨’이다. 학생들은 이 곳에서 언론인이 되기 위한 역량을 기른다. 단순히 기사 쓰는 법, 프로그램 제작하는 법만 배우는 게 아니다. 기자보다 기레기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게 통용되는 시대, 60분 다큐멘터리보다 유튜브 1분이 더 믿음직한 시대다. 그 안에서 세저리 학생들은 제 몫을 하는 언론인이 되기를 꿈꾼다. 당장 일주일 뒤를 알 수 없는 미디어 환경, 4년 연속 주요 40개국 언론신뢰도 최하위(2020년 기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인 한국 언론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하루도 게을리 할 수 없다.
2021년 전기 신입생 이정민(28)씨는 세저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언론인이 되기 위한 정도(正道)를 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만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정민 씨는 준비생이 아닌 언론인의 자세로 기사를 쓰고 실무적인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여겼다.
세명대학교 기숙사는 코로나19 유행을 우려해 학부생은 입사 시기를 제한하고 있다. 대학원 내에서도 거리두기, 마스크 필수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한다. 인적이 거의 없는 세명대학교 캠퍼스에서 세저리 학생들은 정의로운 언론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